도전! 미칠왕/대회 참가기

2022. 8.14 화엄사 - 대원사 종주(화대종주) 산악 마라톤대회 참가기

미칠왕 2022. 12. 28. 16:15

참여자 : 정의주
구간: 화엄사 - 노고단 - 연하천 - 벽소령 - 세석 - 장터목 - 천왕봉 - 치밭목 - 대원사
시간: 13시간 28분

대회 시작 26일 전 대회의 존재를 인식하고 신청했다. 3년 전 00이와 00이, 그리고 00와 함께 했던 지리산 화엄사 - 대원사 종주를 떠올렸다. 48km가 넘는 구간을 그때에는 2박 3일에 거쳐 종주했는데, 이번에는 최대 14시간 안에 완주해야 했다. 도전에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지만 평소 트레일러닝에 대하여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완주를 목표에 두고 신청을 하였다.

대회 전 준비물을 챙겼다. 생각보다 많이 무언가가 필요했지만, 부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조끼에 가까운 초경량 배낭을 포함하여 파워젤 10포, 포도당캔디, 대피소에서 먹을 떡 3팩과 2L 물주머니, 그리고 비상시를 대비한 우의를 챙겼다. 나는 개인 출전이었기 때문에 대피소에서 물 말고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보급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산악 마라톤에 필요한 모든 물품들을 챙겨 올라가야 했다.

준비물.



8월 13일 오후 9시에 잠실 종합운동장역 2번출구에서 버스를 탔다. 버스는 지리산 입산로가 있는 화엄사로 향했다. 12시쯤 오수 톨게이트 이전에 있는 휴게소에서 대회 전 마지막 탄수화물 보충을 했다. 싸온 떡을 먹었는데 매우 달았다. 편의점도 열어서 음료수와 소세지를 사 먹었다.

이마트에서 산 떡. 에너지젤 계속 먹다가 연화천에서 또 하나 까먹었는데 헛구역질이 났다.


2시경에 화엄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평소라면 잘 시간이지만, 전날 조금 자 두었고, 또 차에서도 눈을 붙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피곤하지는 않았다. 3시까지 몸을 풀었다. 사람들이 꽤 많이 출전했다. 21km 출전자까지 포함하면 300명은 족히 되어 보였다. 출발했다. 처음부터 본격적인 등산로가 나오기 전 까지는 아스팔트로 되어있는 길이었다.
많은 분들이 나보다 앞서 있었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첫 출전인데다가 길이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중간 대열에서 달리기를 했다. 확실히 초반에는 힘이 넘쳤기 때문에, 오버페이스를 할 가능성이 높았다.

화엄사에서 코재, 노고단까지는 매우 가파른 길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초반이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올라갔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이러한 오르막에서의 움직임은 후반부로 갈 수록 매우 느려졌다. 아무튼, 노고단대피소에 도착을 하니 첫 번째 물 보급지점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2L짜리 물주머니에 물을 가득 넣은 상태이고, 등에 짊어진 물주머니의 체감상 무게를 보아 500ml정도를 먹었다고 판단, 물을 보충하지 않고 그대로 올라갔다. 노고단고개에 다다르니 첫 평지구간이 나왔다. 그래서 진정으로 '트레일런'을 했다. 확실히 트레일런은 매우 가빠른 오르막길에서는 등산과 같으나, 완만한 업힐이라면 통통 튀듯이 앞으로 전진하는 주법, 너덜지대에서는 되도록 돌을 밟으며 신속하게 기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등산이나 마라톤과는 다른 점이었다.

삼도봉에서.

임걸령 삼거리에 도달하니(달리는 중간에는 어두워서 그냥 등산로 끝에 평지가 나오다보다 했다.) 동이 텄다. 곧이어 삼도봉에 도달했다. 사진을 찍고 시간을 확인하니 6시 10분, 3시간 10분만에 삼도봉에 도착하였다. 나는 연하천 대피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하천대피소까지는 출발지점으로부터 19.2km였다. 대피소 직전에 쥐가 날듯하여 대피소에서 충분한 휴식과 함께 물을 보충했다. 그런데 아직 물주머니가 묵직했고, 열어보니 1L정도밖에 먹지 않았다. 그 이야기는 보급지점이 많은 화대종주에서는 500ml의 물통 2개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역시 시행착오였다. 그러나 나는 연하천대피소에서 2L를 가득 채우고 다시 출발했다. 뒤에 내가 물이 더 필요할지 모르니까.


곧이어 벽소령, 세석, 장터목대피소까지 이동했다. 이 구간은 이제 체력적으로 한계에 도달했음을 느꼈다. 분명히 첫 노고단 정상까지의 가파른 구간은 별로 없었지만, 오르막길이 보임과 동시에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심장은 미친듯이 뛰었고, 심박수는 198까지 치솟았다. 노고단고개에서부터 내 바로 앞에서 페이서가 되어 주신 분도 업힐에서 놓혔다. 오르막길에서의 체력을 더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싸온 식염포도당과 파워젤로 얼마 안남은 체력을 조금이나마 보강할 수 있었다. 파워젤은 먹자마자 힘이 나는 듯 했다. 매우 신기했다.

장터목대피소에서 다른 산악회가 물이 남는다고, 나에게 물을 주었다. 2L를 꽉 채웠다. 한 9분 가량의 휴식을 한 이후 천왕봉으로 향했다. 첫 업힐은 노고단의 힘듦을 능가했다. 고지대이긴 하지만 한낮의 햇살과 지친 발이 한걸음 한걸음을 힘들게 만들었다. '꾸역꾸역' 올라갔다는 말이 적절할 듯 하다. 천왕봉에서 잠깐 사진을 찍고 바로 중봉으로 향했다. 철인3종경기를 즐겨하는 분과 서로 페이서가 되어주었다. 그분도 이번이 첫 산악마라톤대회라고 했다. 나도 철인3종경기에 대한 관심이 있어 여러가지를 물어봤고, 곧잘 대답해주셨다.

천왕봉에서. 이때 한 5분정도밖에 머물지 않았다.

중봉, 싸리재를 지나 치밭목대피소로 향했다. 여기서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반복됨에 정신적으로 힘듦을 느꼈다. 그러나 탈출을 하려면 계속 전진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치밭목에서 예정된 시간보다 오래 휴식했다. 대피소 직원분이 아래에 계곡이 많다고 해서, 계곡물에 몸을 담그기로 했다. 너무너무 시원했다. 물에 몸을 담군 뒤 다음 달리기까지 한동안은,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때의 체력이 느껴질 정도로 회복되었다. 아무래도 냉수 마찰이 발바닥의 피로도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다음은 4km의 너덜지대였다. 천왕봉에서 치밭목대피소까지 4km였으니, 그만큼을 더 내려가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 이후에는 인도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어 철인3종 분과 함께 좀처럼 보이지 않는 인도를 찾아헤멨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시간의 압박을 느꼈다. 다른 '고인물' 러너들의 노하우와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배우고싶었다.

드디어 인도와 도로에 도달하고, 나는 대원사 입구까지 전력을 다해 뛰었다. 발을 거추장스럽게 했던 돌부리와 나무뿌리들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속력을 낼 수 있었다. '러너스 하이'가 느껴졌다. 도착점은 대원사 입구에서 약 2km를 더 내려가야 했다. 주로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헷갈렸지만, 더 내려갔다. 드디어 감격의 도착지점이었다. 콜라를 사서 마시고 발을 물로 식혔다. 몸은 탈진 직전이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나를 이겼다는 성취감으로, 그동안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칠 수 있었다.

감격의 피니시라인.

전체적으로 나는 초행길이었기 떄문에 체력 안배와 휴식시간 조정에 있어 시행착오를 겪었다. 물론 완주했을때에는 '다시는 안한다'는 마음이 용솟음쳤지만, 다음 번에 더 열심히 준비해서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모든 도전에 있어서 발현하는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트레일런에 대한 체계적인 연습을 통해 체력을 길러야겠다.

첫 트레일러닝 대회 완주기록. 마감시간을 1시간여 앞두고 도착했다.

깨알같은 오타 ㅋㅋ

작년과 올해의 계속된 실패와 좌절은 내 정신을 나약하게 만들었다. 뒤이은 도전에도 내가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먼저 앞섰다. 전에는 분명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상황이 사람의 성격을 바뀌도록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을 계속 만들었다. 그 성취감을 통해 뒤바뀐 나의 성격을 다시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대회 참여와 완주로 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앞으로 있을 도전적이고 힘든 일에 임할 때에도, 이 완주의 순간을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