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생겼으니 우선 이동이 편하다. 그 전 주 토요일에 차량을 구매한 후, 나는 바로 아틀랜타에서 모이는 아틀랜타 런클럽(ARC) 정기 운동모임에 참여했다. 해당 클럽은 social-based의 단체로서, 서로서로가 친구처럼 지낸다는 점에서 다른 공식적인? 단체와는 성격이 달랐다. 대학 러닝크루느낌? 그것보다는 약간 더 컸다!
첫 모임이 되었던 장소는 아틀랜타 중심부에 위치한 Ponce City Market이었다. 나는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칙필레에 가서 식사를 해결하고, 집에 잠시 들른 뒤 아틀랜타 중심부로 향했다! 여기에 온 지 한달이 넘었지만 이번에 아틀랜타 올라간 것이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하는 운전이 그리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이내 감을 잡았다.


미국에서의 차 운전은 매우 편리한 것 같다. 국토가 넓어서 그런지 도로사정도 준수하다. 저녁 즈음이어도 서머타임을 시행해서인지 그냥 낮과 같았다. 시작 시각은 6시 30분이었는데, 그때 바로 달리기를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인원들을 위해 조금 늦더라도 기다렸다. 우리의 러닝은 45분경 시작되었다. 한 친구가 말을 걸었는데, 자신을 카메론이라 소개했다.
안녕! 나는 카메론이야. 나는 플로리다에서 왔는데 아틀랜타는 이제 온 지 한달정도밖에 안됬어.
그래? 나도 한국에서 온 지 한달정도 됬는데! 우리는 비슷한 입장에 있는 것 같아!
일단은 몇몇 사람들과 일면식을 텄다. 우리 모임은 월요일에 유달리 많았는데, 거의 50명~60명에 육박하는 인원들이 대거 참여했고, 폰즈 시티 마켓 주변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는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대열의 뒤에 있었고, 카메론과 함께 뛰고 있었다. 카메론은 원래 웨이트 트레이닝을 자주 했는데, 이제는 자신의 유산소 능력을 키울 때가 된 것 같아 해당 클럽에 가입했다고 했다.
나는 앞에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하여 앞 사람들을 쫒아갔다. 한명 한명 제쳐가면서 인사를 나눴는데, 사실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난다. 애론, 니콜, 트레져, 제임스 등등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한국에서 왔고, 내 티셔츠에 적힌 '서울마라톤'을 보고 놀란 표정들이었다. 내가 한국에서 온지 한달밖에 안되었다고 하니 더욱 그러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ARC도 올해 열릴 JTBC 마라톤에 참여한다고 했다. 제임스 로 라는 분은 한국계이신 듯 했고, 나머지 한국분 한명이 더 있다고 했지만 아마도 내가 제일 한국말을 잘 할거라고 했다.
정말 신기했고, 폰즈 시티 마켓에서의 러닝은 매우 아름다웠다. 길거리에는 저녁 공기를 쐬러 나온 시민들과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여럿 보였다. 중간에는 ARC가 아닌 사람이 선두에 있어서, 길을 잘못 들기도 했다. 그래도 이내 복귀해서 선두 그룹까지 따라잡았다. 선두에는 키가 커서 스트라이드 주법을 쓰는 사람들이 많았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들이었다.
여기는 기본 단위가 마일었기 때문에, 5mile, 즉 8km를 달렸다. 내가 8km라고 말하자 누가 km단위를 쓰냐고 장난삼아 버럭했다. 알렉스였다. 알렉스도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해서 수긍했다. 물론 인사는 대부분 주행중에 주고받기는 했지만, 뭔가 쑥쓰럽기도 하고 그래서 대화를 많이 이어나가지는 못했다.
목요일은 Cheney Track에서 인터벌 러닝을 실시했다. 인터벌 러닝은 매우 힘들었다. 오랜만에 해서 그런것도 있지만, 이렇게 체계적으로 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었다. 트렉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페이스조절에 실패했다. 그래도 쉬는 시간동안 일면식을 틀 수 있어 좋았다. 니콜이 첫 트랙 훈련을 하는 사람들을 인솔했는데, 상당히 친절하게 잘 설명해줬다. 토요일에도 나온 것으로 보아 운영진인 듯 했다. 라스는 저번 주말에 독일에서 온 21한살이었고, 다음주 월요일부터 일을 시작한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아틀랜타 태생 사람이 많은 만큼 외지인들도 많은 것 같다. 마치 대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서울사람보다 지방사람이 많은 것 처럼 말이다.

첫 트랙은 3분 40초대를 밟았다. 이번 훈련은 웜업 800m, 800m x 8 인터벌, 그리고 쿨다운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트랙이라서 그런지 속도감이 그닥 나지 않아 시원시원하게 달렸다. 그랬더니 3, 4회차때에는 글리코겐이 빠른속도로 고갈되는 것이 느껴졌다. 세트 사이사이마다 90초를 쉬었지만, 4세트가 끝난 후에는 3분을 쉬었다. 6회차때는 흉통을 오랜만에 느꼈다. 자동차도 너무 세게 밟으면 엔진이 과열되듯이, 나도 더이상 빠르게 달리다가는 숨이 멎겠다 싶어 페이스를 조절했다.
트랙에는 육상 꿈나무 어린이들이 코치들의 지도를 받으며 계주연습을 했다. 시민들에게 개방된 그리 크지 않은 운동장이 이렇게 북적이다니,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아틀랜타는 매우 유리한 조건에 있다고 생각하며, 운동 문화도 잘 형성되어 있다. 체형으로 보아서는 20대인 할머니도 달리기를 즐겨 하시는 것 같았다. 우리도 달림이? 인구가 많기는 하지만, 역시 피트니스의 본고장답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운동을 안하는 사람처럼 많은 것 같았다.
달리다보면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데, 나는 지금까지 러너들 중 성격이 괴팍하거나 이상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아니, 운동을 하는 사람 대부분이 그런 것 같다.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운동이라는 건전한 수단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만이 운동을 좋아하게 되고, 그것이 시너지가 되어 건강한 인생관을 만드는 것 같다고 감히 생각해본다.
오늘인 토요일에는 그러나 살짝 크레이지하기는 했다. Piedmond park를 향해 차를 몰고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가 우수수 쏟아졌다. 아틀랜타 주변은 열대지방의 스콜마냥 한번에 소나기, 아니 폭풍우가 쏟아치고, 또 한 두시간 뒤면 언제 그랬냐는듯 맑고 쾌청한 하늘이 보인다. 오늘 아침도 딱 그랬는데,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런데 ARC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내가 주차하고 그쪽으로 갈때 출발을 막 시작했었다. 바로 온몸이 젖었다. 한 친구도 많은 대회를 참여해봤지만, 정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래도 달리기는 계속 이어졌다. 계획대로라면 10마일을 달리려고 했지만, 천둥번개가 너무 세게 치는 바람에 이번에는 9k에서 다시 원래 출발점으로 갔다. 그래도 일주일간의 피로가 해당 러닝으로 풀리는 듯 했다! 작년 지리산에서 달렸을 때에도 계곡물에 몸을 담그면 그렇게 시원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계속 비를 맞으면서 뛰니 계속 괜찮았다.
아무튼 ARC활동을 꾸준히 한다면 매우 즐겁게 유산소 역치를 증대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기름값은 더 들겠지만, 혼자 뛸때보다 함께 뛰는 것이 내 적성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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