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발자취
올 한해, 재미있게, 그리고 후회스럽지 않게 살아왔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일단, 나는 올해 1학년때부터 생각해 온 로스쿨 입시를 준비했다. 졸업유예를 실시하고 1년의 시간을 더 입시에 투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1월부터 시작해 보았으나 결과적으로 볼 때 그리 성공적인 수험생활은 아니었다.
리트 준비라는 것이 개인편차가 심하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에 그리 휘둘리지 않고 내 공부를 했다.
모 사설 개인 강사의 책을 빌려 언어이해 점수 향상을 꾀했다. 논문도 스터디를 구성해 주기적으로 읽었다.
논리퀴즈매뉴얼, 강화약화 등 작년과 달리 각 기본서를 독파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작년에는 사설 학원에 수강비를 내고 1년여간 다녔다. 그러나 결과는 형편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꾀한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작년과 거의 비슷했다. 그러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나는 보기좋게 실패한 것이다.
그때 결심했다. 이 길은 내 갈길이 아니라고.
6월말, 7월 초에 한창 리트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을 때, 나는 홧김에 액티비티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내 관심사인 액티비티에 대한 이야기를 녹여내니 바로 붙었다.
리트시험을 끝내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 스타트업에 합격하여, 인턴을 진행하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은 냉담했다.
4년간 한 공부가 아깝지도 않느냐, 그거 벌어서 먹고 살겠냐. 우리 아버지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셨다. 물론 하고 싶기는 했지만 이 선택 또한 내가 홧김에 선택한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출근 불과 3일을 앞두고 그냥 가지 않기로 했다.
기대에 부풀어 있던 첫 입사는 그렇게 떠나보내게 되었다.
나는 8월에 내 생각들을 정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도전 중 가장 도전적인 도전을 하기로 했다.
첫 트레일런 대회로 지리산을 종주하기로. 따로 포스팅한다. 중반에는 내가 작년까지 운영하던 러닝크루에서 엠티를 갔다오고, 상반기동안 스터디를 한 친구와 빠지에서 놀았다. 8월 말에는 속초에서 암벽등반과 트레일러닝 대회를 모두 실시했다. 8월은 그야말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달이었다.
학기 중이 아니다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오로지 투자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참 잘 놀았다는 생각을 한다.
9월 하반기에는 전공을 살려 여러 기업들에 원서를 제출했다. 나는 법학과 국제무역학을 복수로 전공했기 때문에, 복학 이후부터 줄곧 '로준에 실패한다면 바로 취준한다'라는 플랜 B를 실행했다.
그러나 나는 정보가 부족했다. 수험생활 아닌 수험생활을 해 오면서, GTEP 활동 이후 감이 떨어졌다. 업계 동향이나 직무분석을 잘 하지 않고 그저 올라오는 공고대로 자소서를 작성했다. 이제와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 같았으면 10번 이상 갈아엎었을 자기소개서를 한두번만 고쳐서는 안되었다.
나는 또 20여번 서류탈락을 맛봤다. 원서를 작성하는 중에도 계속 미처 따놓지 못한 자격증을 따는 데에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아무래도 자소서 작성과 직무분석을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집중이 잘 되지 못했고, 두 달만에 한 자격증을 겨우 취득하는 데에 그쳤다.
10월경 모 취업 정보방에 한 공고가 올라왔다. 전공과 연계하여 미국 인턴에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고 막연했지만 지원해보기로 헀다. 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KMOVE스쿨이라는 것이었다. 지금도 듣고 있는데, 나름 괜찮은 것 같다.
서류탈락의 원인을 찾던 중, 1학기에 같이 스터디를 했던 친구가 글을 잘 쓴다는 것을 알아 첨삭을 받아보기로 했다. 역시 굉장히 날카롭게 잘 지적했다. 그 말대로 고쳤더니 이게 왠걸, 최종 면접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면접 스터디 또한 하지 않아, 최종 면접에서 병풍을 면치 못했다.
시행착오 치고는 조금 셌다. 올 한해동안 어디 자랑할 만큼 한곳에 몰두하여 무엇인가를 이루었느냐 누가 물어본다면, 자신있게 대답은 못할 것 같았다. 일단 하는 일과 관심사가 너무 많은 것이 탈인 것 같긴 하다.
지금은 계속 KOVE스쿨 사전교육을 외대에서 받고 있다. 반장도 맡은 만큼 열심히 참여하려 노력하고 있다. 잠시 중단했던 영어공부도 시작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로 도전하는 것은 약간의 담력을 요구하지만, 언제나 설렌다. 나는 미국에 가서도, 내 개인적인 도전들을 계속 실행해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