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주간일기.
주간 일기 3.20.

이번주는 실수와 깨달은 점의 연속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첫 타지 생활에 첫 직장 생활을 적응하려고 하니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나는 말하자면 물류 관리직에 인턴으로 있다. 지금 내가 근무하고 있는 물류센터에는 60~70명이 상주근무하고 있는데, 그중 3명만이 한국인이었고, 한 명은 다른 부서에서 일하신다. 나는 나 스스로 영어 실력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비추어 의사소통은 무리 없이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3주 차에 접어들며 내가 가진 듣기 실력이 얼마나 실무에 약한지에 대하여 깨닫게 되었다.
여기 조지아주의 미국 남부 억양은 내가 교과서에서 전해 들은 캘리포니아식 영어와는 그 궤를 달리했다. 나는 장년층 직원분의 구수한? 남부 억양을 들을 때면 내가 영어를 듣고 있는지 헷갈리는 일이 종종 있다. 목요일에는 실수가 있었다. 나는 들어오고 나가는 고객사 물량을 나르는 드라이버들의 입출고 관리를 맡고 있는데, 입고 차량이 오면 컨테이너 넘버를 확인하고 Operation Specialist, 즉, 지게차 운전기사분들께 일을 할당해야 했다. 나는 한 입고물량이 기재된 지시서를 각각의 OS분들께 할당해야 했는데, 이때 직원 한 분의 말을 잘못 알아듣고 다른 인원을 배정했다.
결과적으로 다른 OS 직원분이 다루는 지게차가 해당 물량을 다루기에 적합했기 때문에 할당은 적절했지만, '알아들은 내용'이 문제였다. 나는 먼저 물량을 맡아줄 것을 요청드린 OS분이 한 말을 '내 피킹 스킬이 부족해서' 다른 직원에게 맡겨야 할 것 같다고 들었다. 그래서 다른 인원으로 입고물량을 나를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사수님께 그 내용을 말씀드리니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말이라고 하시며, 확실하지도 않은 내용을 확실한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셨다. 나는 그때 그 말을 정확히 들었다고 생각하고,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사수님이 직접 그 OS분께 다시 물어보셨다. 나는 내가 들은 '스킬'이 사실은 Steel, 즉 강철이었고, 그 강철을 옮기기에는 본인이 사용하는 지게차로는 힘들다고 하여 다른 인원을 배정할 것을 요청한 것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 나는 순식간에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내가 왜 추궁을 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억울함이 풀렸지만, 내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 등이 복합적으로 얹혀 뒤에서 눈물을 훔쳤다. 이후 내가 입사하기 이전 미스커뮤니케이션 때문에 고객사에 배상을 해야 했던 물류사고가 있었던 것을 전해 들었을 때, 나는 내가 들은 것을 한 번에 맞다고 단정 짓지 말고, 의문점이 있다면 반드시 명확히 정리하여 되묻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엑셀을 다루는데 생각보다 부족한 점을 느꼈다. 일전에 한국에서 GTEP 활동으로 엑셀 서식들은 자주 다뤄 왔지만, 지나고 생각해 보니 정해진 함수와 수식에 맞게 Raw 데이터를 입력하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몇몇 수식들은 알고 있었지만, 해당 수식이나 함수를 언제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다. 실무에서 생각해야지, 한 것이 미뤄지고 미뤄져서 지금이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잠시 시간이 있을 때마다 엑셀 공부를 하기로 했다. 여러모로 폐가 되지 않기 위해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당장은 기존에 만든 서식이 있어 평시의 업무에는 불편함이 없다. 그러나 내가 나중에 어떤 직장으로 가든, 새로운 환경에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했고, 사수님도 그것을 강조하셨다. 경력직을 뽑았는데 실력 없으면 그냥 잘리는 것이라는 말씀이 내게 와닿았다.
물론 주어진 툴로 하는 창의적 사고력 증진이라는 명목 하에 그러한 수업을 교육과정에서 배우기는 했지만, 실무에서 이렇게 부딪혀가며 익히는 것만큼 각인되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더 큰 책임을 맡아 큰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지금 지적을 받아 잘못된 점을 고쳐 나간다면 나중에 경력이 쌓이는 만큼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고, 항상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해야겠다.
다음 주는 사수님이 출장을 가게 되어 나 혼자 부서 센터를 맡아야 한다. 입, 출고와 출고품목 피킹 확인, 그리고 다음날 있을 물량대로 각 도어에 물량을 할당하는 것이 나의 몫이 되었다. 긴장하지 않고 할 일만 제대로 한다면 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평소보다 더욱 꼼꼼하게 보자.